美 바이든 시대의 첫 여성 부통령 해리스 파트너입니다.유색인종·여성·50대 승부수 통해 청문회 스타서 차기 대선 주자로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는 여러 방면에서 바이든 당선자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러닝메이트로 여겨진다. `슬리피 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70대 백인 바이든에게 활력 넘치는 50대 유색인종 여성 해리스는 `완벽한 짝`이나 다름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권자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지지 세력을 넓히는 동시에 최근 이슈(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진정성까지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자메이카인 부친과 인도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아시아계 이민 2세다. 그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 "19세 어머니가 미국으로 왔을 때 어머니는 아마 이 순간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머니는 미국의 가능성을 굳게 믿었다"고 했다.
해리스는 이른바 `흑인들의 하버드대`로 불리는 하워드대를 졸업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검찰총장에 올랐으며 2016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대중적 인기가 높다. 부통령 당선 전까지 `청문회 저격수`로 불리며 송곳 같은 질문으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어 주목을 받았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대립각을 세웠던 바이든에게 러닝메이트 낙점을 받은 데는 올 상반기 대두된 반(反)인종차별주의 흐름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해리스가 흑인·여성에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동시에 민주당 중도파 내에서 탄탄한 기반을 지녔다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앞서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액시오스가 부통령 후보 지명식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둔 바이든에게 투표하는 것을 더욱 고려하겠다"고 답한 흑인 여성과 중도·보수 성향 민주당 지지자는 각각 43%, 47%에 달했다.
여론에서는 일찌감치 해리스를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 주자로 점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든이 고령이라는 점이다. 4년 뒤 재선에 도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스스로도 선거유세 때부터 자신을 `전환기 후보`라고 부르며 재임에 욕심이 없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택한 것도 민주당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로서는 최초의 흑인여성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인 사회를 비롯한 소수계 커뮤니티는 그가 미국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그런데 해리스도 정치인생에서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단면이 있다. 주류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해리스의 정치 이력을 알아본다.
캘리포니아 정가에서 ‘카말라 해리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동시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 가주 하원의장 윌리 브라운(86)이다.
브라운은 가주 하원의장을 15년 역임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시장을 지내는 등 2000년 초까지 30여년 간 캘리포니아 정가를 주름잡던 정치인이다. 브라운이 없었다면 오늘날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말라 해리스(55)도 없었다. 그 정도로 브라운은 해리스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이들의 관계는 가주 정가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스토리다.
탐사보도 기자 피터 슈와이저도 최근 출간한 저서 ‘부패 프로파일(Profiles in Corruption)’에서 해리스와 브라운의 관계를 다뤘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해리스가 어떻게 가주 정가에서 초고속 계단을 밟았는지를 에누리없이 보여주고 있다.
▶1994년의 운명적인 만남
해리스는 1994년에 브라운을 처음 만났다. 당시 브라운은 캘리포니아 정가의 ‘넘버2’로 통하는 가주 하원의장이었다. 슈와이저는 “브라운은 가주 정가에서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부패혐의로 각종 조사를 7차례 받았고 FBI 조사만 두 차례 받았다. 일례로 1986년에는 특별이익집단으로부터 12만4000 달러에 달하는 금전과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조사 받기도 했다. 기소된 적은 없다.
브라운은 1958년에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그가 해리스와 데이트하기 시작했을 때는 60세였다. 해리스는 불과 29살이었다. 나이 차만 31년. 해리스는 자신의 아버지 보다 2살 많은 유부남과 사귀었던 것이다.
브라운이 1995년에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당선됐을 때 그의 옆을 지킨 것도 해리스였다. 당시 브라운이 부인과 이혼하고 해리스와 재혼할 것이라는 루머가 파다했으나 이혼은 없었다.
이후 둘은 헤어졌지만 브라운은 계속해서 해리스의 정치인생을 돌봐주는 멘토 역할을 했다. 2002년에 캘리포니아 의료보조위원, 실업보험항소위원으로 해리스를 임명했다. 2개 위원직 모두 파트타임이었으나 해리스는 연 9만9000 달러와 11만4000 달러의 고액연봉을 받았다. 브라운은 이때 해리스에게 신형 BMW도 사줬다. 하지만 브라운이 해리스에게 안겨준 최고의 선물은 그의 정치 네트워크였다. 자신의 지지자와 후원자, 그리고 스폰서들을 해리스와 연결해줬다.
▶가주 최초 소수계 검사장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테렌스 할리난은 그의 범죄수사팀에 해리스를 고용했다. 그런데 해리스가 2003년에 자신의 상사와 맞붙겠다며 검사장 선거에 출마했다.
해리스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윌리 브라운의 정치 네트워크였다. 예상대로 해리스 캠프에 후원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석유재벌 폴 게티의 자손들을 비롯해 유명 로맨스 소설가 대니얼 스틸, 코미디언 크리스 락 등 유명인사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해리스의 전 남친 윌리 브라운 시장의 후원자가 대거 해리스 캠프를 후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당시 도전자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후원금을 쓸어담았다. 목표액인 21만1000 달러를 3배 가량 뛰어넘는 62만1000 달러를 모금했다. 해리스는 56%의 득표율로 가주 최초의 소수계 검사장이 됐다.
▶최악의 오점…가톨릭 아동 성범죄 스캔들 덮기
대선 경선에 출마한 해리스는 성범죄를 단속하는 여전사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까지도 가톨릭 아동 성범죄 스캔들을 덮은 주범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가톨릭 교회의 크나큰 오점이자 교황청을 아동 성범죄 은폐 집단이라고 낙인 찍히게 한 가톨릭 아동 성범죄 사건이다. 미 전역에서 1950년부터 보고된 피해자가 약 1만7000명에 달하고, 이에 따라 7000여명의 신부가 고발됐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2018년까지 약 30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의무를 받았다. 이 보상금으로 인해 미국 내 20개 교구가 파산했다.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었던 테런스 핼리난도 관련 신부들을 모조리 기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했다. 샌프란시스코 교구 관계자들은 2003년 당시 해리스 검사장 후보 캠페인에 후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해리스가 가톨릭 신자도 아니고 가톨릭 교회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후원금은 계속 들어왔다.
가해 신부들의 변호사 조셉 루소니엘로는 최대한도액인 1250달러를 지급했고, 그의 로펌도 2250달러를 후원했다. 이외 역시 신부 측 변호를 맡았던 다른 로펌 빙험 맥컷천도 2825달러를 후원했고, 아기다스, 캐스먼 & 히들리 로펌도 해리스 캠프에 4550 달러를 후원했다.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교구 관계자와 친인척들도 별도로 해리스 캠프에 도합 5만950달러를 후원했다. 슈와이저는 저서에서 “검사장 커리어 초반만해도 성범죄 전문 검사로 활약했던 해리스가 반대로 아동 성범죄를 덮어주는 반대 역할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해리스는 신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린 사제들을 성폭행했는지에 대한 문서 공개를 모두 막았다. 반면 스티브 쿨리 당시 LA카운티 검사장은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LA카운티에서 211건의 신부 성폭행 사례가 고발됐다. 사례가 공개되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고 나선 것이다.
반면 공개를 막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고발 건수가 36건에 그쳤다. 무엇보다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활동한 2004년~2011년, 그리고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으로 활동한 2011년~2017년까지 단 한 명의 신부도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해리스 커리어의 최대 오점이었다.
특히 미 전역 50개 도시에서 성폭행 신부를 기소했으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 기소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슈와이저는 “해리스는 후원금 지급 여부에 따라 기소대상을 정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미국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사진·56)은 ‘오바마 닮은꼴’로 통한다.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이고, 중도파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라는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해서다.
흑인·아시아계 등 유색인종과 여성층, 중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보완한다는 평가다.
흑인·아시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1964년 자메이카 출신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생물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랐다. 해리스 당선인이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통하는 이유다.
해리스 당선인의 아버지인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 경제학부에서 흑인 최초로 교수직 정년을 보장받은 포스트 케인지언파 학자다. 해리스 당선인의 어머니 시야말라 고팔란은 캐나다 맥길대 교수를 지낸 유방암 연구자다.
‘엘리트’ 부모를 뒀지만 유복하게 자라진 않았다. 해리스 당선인이 7살이 되던 해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당시 저소득층 흑인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 살면서 침례교 교회와 힌두교당을 모두 다녔다.
해리스 당선인은 전통적 흑인 명문으로 꼽히는 워싱턴 D.C 하워드대를 졸업했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로스쿨을 거쳐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검사 출신 '공격수'…청문회 스타 전력
해리스 당선인은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지냈고, 2011년엔 흑인·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법무장관 시절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친분을 쌓았다.
주법무장관 시절엔 ‘오픈저스티스’라는 형사판결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최초로 구축해 시민들이 형사판결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2014년 유대계 기업변호사인 더글라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 자녀는 없다.
2017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엔 강한 공격수 기질을 보였다. 2018년 9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연신 날카로운 질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리스 당선인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소식을 듣고 “해리스 의원은 캐버노를 아주 끔찍하게 대했다”고 했을 정도다.
민주당 경선선 바이든 지목해 '격론'
작년 1월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이후에도 격렬한 토론으로 인지도롤 올렸다. 작년 6월 민주당 경선후보자 1차 TV토론 때엔 당시 경쟁자였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지목해 그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해리스 당선인은 당시 흑인과 백인 학생이 같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군간 버스를 운영한 ‘버싱 정책’을 바이든 당선인이 반대했다며 “잘못했음을 인정하는가”라며 맹공을 펼쳤다.
이 토론으로 경선 초반 인기를 얻어 한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과 대선 후보 2위권을 경합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후발 주자로 내려앉아 작년 12월 경선에서 하차했다. 지난 8월엔 바이든 후보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법인세 인상 '강경파'…고소득층 추가세율 의견도
해리스 당선인은 민주당 안에선 비교적 중도파로 분류된다. 의료개혁에 대해선 민간 보험사에 대해 제한적 역할을 유지하고, 중산층엔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공공보험제도를 유지하는 안을 지지한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해리스 상원의원은 사형 반대 등 전형적인 민주당 이슈 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진보주의자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놓고는 바이든 당선인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 경선 당시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35%로 급격히 올리고, 개인소득세 최소세율은 기존 37%에서 39.6%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 가구에 추가 세율을 적용하자는 안도 내놨다.
해리스 당선인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왔다. 작년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진이나 찍었을 뿐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며 “북한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공동군사훈련에 대해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고령 대통령의 부통령…'포스트 오바마' 될까
일각에선 해리스 당선인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를 마치면 82세 나이가 돼 재선에서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올해 만 77세로 내년 1월20일 취임 시 만 78세가 돼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내게 된다.
해리스 당선인은 부통령직을 맡아 대선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이다. 해리스 당선인이 이번 선거로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아시아·여성 부통령 기록을 썼다는 점도 ‘후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리스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연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미 사상 선출공무직 최고위에 올라간 여자라는 점과 이민 가정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단에 오를 때는 흑인 인권운동에 힘써온 미국 여성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와 함께 등장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이 연단에서 흑인, 동양계, 라틴계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한 노력을 떠올린다"며 “내가 첫 여성 부통령이 됐지만, 자리에 오르는 마지막 여성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내 어머니는 19세 나이에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이 순간을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이런 순간이 가능한 미국을 믿었다”며 “인종차별을 배격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새 미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단임하기로 결정할 경우 해리스 당선인이 차기 대선 후보군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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