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더 크라운’시즌 5에서 다이애나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
다이애너비&‘더 크라운’ 시즌 5에서 다이애나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
TV시리즈 ‘더 크라운’의 한장면.
-당신은 이번 시리즈에서 다이애나의 연약함과 취약성과 함께 그가 지닌 힘과 강인함을 균형을 잘 맞춰 표현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는가.
“잘 알다시피 ‘더 크라운’은 사실과 허구와 실제를 섞어 엮은 드라마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시도한 것은 이 사실과 허구의 간극을 어떻게 잘 연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다이애나의 사적이요 내밀한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드라마의 제작자인 피터 모간도 그런 점을 강조했다. 다이애나의 취약성과 아울러 그의 강인함을 균형 있게 연기하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 있는 일이었다. 코비드 전염병으로 말미암아 준비할 시간이 많아 나는 다이애나라는 인물과 함께 하면서 그를 이해하고 또 그의 존재를 내 온 몸으로 흡수하면서 역에 대비했다.”
-시즌 5는 다이애나의 결혼 파탄 과정을 그리면서 다이애나가 그런 갈등을 조용히 안으로 삭이다가 때론 분노와 좌절감을 밖으로 노출하고 있는데 다이애나의 끊임없는 좌절감을 표현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 시리즈에서 내가 좋아한 부분도 바로 다이애나가 좌절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심지를 찾아 지키는 점이다. 다이애나는 처음에는 갈팡질팡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주인이 되는데 이는 보통 사람으로서 참으로 하기 힘든 일이다. 세상이 주목하는 가운데 자기 주체성과 함께 자신의 심지를 찾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시즌은 그런 여정을 그린 것이다. 다이애나는 세상이 그런 여정에 나선 자기를 이해하고 또 믿어주기를 바랬다. 세상이 진실한 자기를 알아주기를 원했다. 다이애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 대해 정직한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연약함과 함께 정직성을 세상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이애나 역을 위해 어떤 연구를 했는가.
“수많은 필름과 책을 봤는데 그에 관한 기록이 너무 방대해 참고문헌을 열면서 ‘아이고 맙소사’하고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를 연구한다는 것은 공포였지만 그 것은 달콤한 공포였다. 그래서 그냥 가능한 한 깊이 뛰어들기로 했다. 어떤 책은 읽다가 도무지 신빙성이 없어 내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를 연구한다는 일은 마치 사냥과도 같았다. 왕실 사람들은 얼굴에 가면을 쓰고 대중과 대면하는 사람들이어서 난 그들의 가면을 안 쓴 생생한 본연의 모습을 사냥하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BBC 방송이 편집하지 않은 왕실의 한국방문 필름이었다. 그 여행은 참으로 비참하고 슬픈 것이었는데 카메라가 자신들을 찍는 줄을 모르고 차 안에 앉아 있는 그들의 꾸밈없는 몸동작과 같은 생생한 모습이 흥미 있었다. 이와 함께 다이애나의 음성과 억양도 공부했다. 여하튼 역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다이애나의 몸동작도 훈련을 받았는지.
“난 여지 껏 몸동작 훈련은 받아 본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훌륭한 코치를 만났다. 그와 함께 다이애나의 특징 중 하나인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우뚱하는 모습에 대해 한 시간이나 대화를 나눴다. 다이애나는 우리들의 문화적 의식 속에 새겨져 있어 사람들이 나의 연기를 보고 다이애나를 인식할 수 있는 만족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의 음성과 모습 그리고 차지하는 공간까지 사실처럼 느끼도록 애를 썼다. 동작이란 우리 몸속에 있는 청사진을 따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심리와 경험에 따라하는 것이다. 나의 코치는 내가 그런 청사진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다이애나를 연기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그의 목은 어떤 자세이며 그의 눈길은 어떤 모양인지를 다 알아 나도 집에서 그를 따라 흉내를 냈더니 집 페인트를 하러 온 사람이 나를 보고 ‘오, 당신 다이애나를 연기하는 군요’라고 말했다.”
-다이애나 역을 하면서 다른 역을 했을 때보다 특별히 더 압박감을 느꼈는가.
“확실히 엄청난 무게의 압박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 것은 좋은 연기를 하자는 압박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좋은 연기를 하자는 압박감은 늘 있는 것인데 이번에 느낀 압박감은 그보다는 책임감이 주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특별한 느낌의 책임감이었다. 말로 표현하기가 다소 힘든데 그 것은 다이애나의 마음속을 정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 이었다. 그리고 다이애나에게 가까이 접근하고 또 그를 정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에 관한 자료를 건질 수 있는 대로 건지려고 연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술상으로도 여러 면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다이애나는 사뿐하고 유머 감각이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지.
“다이애나 역을 위해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을 여럿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다이애나가 여러 면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생명력과 유머와 싱싱한 기쁨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와 친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더라. ‘내가 일어서서 연설을 하는데 내 옆에 앉았던 다이애나가 연설 내내 내 엉덩이를 꼬집으면서 그 짓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난 그 사람을 그저 사랑할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정말로 중요했다. 다이애나에게는 가장 좋은 의미로 아이와 같은 기질이 있는데 그 것은 장난기라고 하겠다. 그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던 가를 생각한다면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다이애나 역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다이애나 역을 하고 나서 내가 배운 사실은 미디아가 그의 삶에 얼마나 파괴적인 역할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미디아가 그를 여러 면으로 가공스럽게 조작한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차를 타고 자기 뒤를 추격하는 파파라치를 비롯해 싸구려 미디아에 의해 사생활이 침범 당하는 인물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신뢰와 이해와 대중의 지지 그리고 가족과의 이별과 안전감의 상실 등 이런 모든 것의 나락에로의 추락을 알고 나서 통절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생의 마지막 시점에서 혼자 집 밖의 길로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를 보호해줄 대중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해 나아갈 용기와 힘을 지녔었다는 것은 참으로 측량하기 힘든 일이다. 나는 이 쇼가 그의 이런 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는 수많은 부분이 꺾어진 사람이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에게 그들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주는 영혼의 관대함을 지녔던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생각하면 사람들에게 한량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진짜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비극이란 사람들은 진짜로 그가 누구인지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후원하고 내던져버리는 사람이 다른 영국의 미디아에 의해 파괴된 사람이다. 이 것이 그의 비극 중 한 부분이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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