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치유와 희망의 에너지를 전파해 온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가 행복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여파로 활동이 주춤했지만 2023년 새해부터 아내이자 심리치유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와 함께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전파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최근 출간한 <성장할 수 있는 용기>에는 심리학·뇌과학 등 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몸·마음·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해 행복에 이를 수 있는 해법을 소개했다. 행복의 지혜가 무엇인지 핵심 메시지를 듣고자 그를 만났다.
Q 마음과 정신의 건강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우리는 평소 마음, 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마음을 써라’ ‘정신 차려라’ ‘정신을 집중해라’와 같이 자주 쓰는 말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과 정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마음이 어디 있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은 심장, 뇌 등을 가리킨다. 분명 있기는 한데 어디있는지 정확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Q 한국인의 공통된 스트레스를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고독이다.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있을 때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스트레스에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물리게 된다. 스트레스는 피할 도리가 없다.
심리학에서 제안하는 여러가지 스트레스 대처법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공격해서 제압하기와 회피하기 등 두 가지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을 공격해서 제압하면 사람과 상황으로부터 단절이 된다. 결국 내가 살기 위해서 자신을 단절시키게 된다. 우리 사회에 혼밥, 혼술 등 혼자서 하는 일상이 일반화하고,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트레스와 단절하면 생존은 할 수 있지만, 살 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목숨만 유지할 뿐이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행복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절 대신 연결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친하게 지내야 하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행복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절 대신 연결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여러 차원에서 연결을 할 수 있는데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과 우호적인 관계, 지지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연결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제대로 된 스트레스 대처법이다. 내가 작은 존재라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지만, 더 큰 존재로 성장한다면 과거에 무너졌던 스트레스 앞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게 바로 성장의 개념이다. 생존이 아니라 성장할 때 비로소 살 맛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된다.
살 맛이 난다는 의미는 사니까 ‘재미난다’ ‘신난다’와 같은 느낌이 들 때다. 이제는 스트레스의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가야 한다. 생존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Q 마음과 정신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뇌과학은 뇌신경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운영원리를 규명하고 관련 분야로 응용하는 학문이다. 뇌인지과학 등이 대표적이다. 최첨단 분야로는 심뇌과학(neurocardiology)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첫 학술대회가 2017년 열렸으니 이제 막 시작된 연구분야라고 할 수 있다. 심뇌과학의 주요 연구 대상은 마음이다. 마음이 뇌에도 있지만 심장에도 있다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실험하고 연구해 검증하는 분야다.
Q 마음과 정신이라는 키워드는 동양에서 학문의 영역으로도 자리잡을 만큼 오래되지 않았나.
그렇다. 마음, 정신 등은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써 왔던 개념이다. 그러나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정확한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전략을 세워야만 마음을 올바르게 쓰고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Q 마음과 정신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간에게는 4가지 자원이 있다. 신체, 인지, 정서, 영성이다. 이 자원을 최대로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활용해야만 몸과 마음과 정신이 건강해지고 성공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마음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수천개의 작은 조각이 뒤섞여있다. 좋은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좋은 기억, 추억, 꿈과 같은 것이 넘쳐나는 상태이고, 좋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된다. 부정적인 마음씨가 많이 넘쳐난다면 내 마음은 부정적 상태에 지배당하고 만다.
결국 마음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한 사람 한 사람씩 관계를 맺을 때 마음은 크게 작동하면서 4가지 자원이 조합해 몸과 마음과 정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정신(精神)의 정(精)은 영어로 에센스라는 뜻이다. 즉 정신은 신체와 영성의 에센스가 연결된 상태다. 연결돼 있으니까 붙들고 있어야 한다. 이것을 붙드는 게 바로 ‘정신줄’이다. 정신줄을 놓으면 영성의 에센스가 흩어지게 된다. 그게 바로 혼비백산, 혼과 백이 흩어진다는 의미다.
Q 영성이라고 하니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영성의 영역 그 자체는 인간이 알 수 없고 개입할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다만 영성의 영역에서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영성이 인지영역과 겹치게 되면 인간의 존재성과 가치관, 교리, 도덕, 윤리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 영성이 정서와 겹치면 영감의 세상이 된다. 창의성 발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감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아울러 영성이 신체와 겹치면 정신이 된다. 정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정신 차려라’ 이런 말은 종교의 영역이 아니다. 어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시각 혹은 견해 차원의 이야기다.
Q 기업의 경영진, 일반 직장인에게 어떻게 조언할 수 있나.
경영진들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말은 ‘기업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무엇을 내다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와 같은 주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창업을 할 때 대부분 좋은 생각만 가지고 뛰어든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세상이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망각하고 자기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아이디어가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세상과 사람을 내다보는 눈이 없으면 안된다.
Q 기업에서 비전을 세울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비전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흔쾌히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계 1등 기업’이라는 것은 비전이 될 수 없다.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비전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미션을 보면 목표와 혼동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결국 기업의 리더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동참하는 비전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대학의 비전은 세계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업의 비전을 보면 대부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최고로 잘 하겠다는 것이 핵심포인트다.
Q 비전은 기업, 정부와 같은 조직에만 적용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보자. 어릴 때 ‘무엇이 될테야’라는 꿈을 꾸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꿈을 비전으로 바꿔줘야 한다. ‘의사가 될테야.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차 타고 다닐테야’와 같은 꿈을 커서도 갖고 있다면 많은 사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혼자서 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돈 많이 벌고 명예롭고 권력도 많은 것이 꿈이 되어 버린다. 결국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비전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내가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만약 ‘불치병을 방지하는 백신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운다면 같은 의사라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에 대한 구상이 바로 비전이다.
Q HD행복연구소 건물을 세웠다고 들었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는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4년 전 부암동에 터를 잡고 건물을 세웠다. 우리의 비전은 행복씨앗심기다. 가트맨연구소의 인증을 받은 공식 교육기관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처음에 심리치료기법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강사진을 양성하면서 피플웨어를 갖췄다. 그래서 연구소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했기에 어렵게 건물을 짓게 되었다. 이제 하드웨어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Q 기업 강의도 자주 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대기업을 대상으로 거의 대부분 강의를 해 본 경험이 있다. 때로는 강의로 끝나지 않고 임직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해군사관학교를 비롯해 국내 유수 종합병원 등이 8년째 임직원 연수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있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Q 은퇴하고 쉬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 은퇴 후 무엇을 하겠나 했을 때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아동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처음에 초점을 아동에 맞췄는데 위로는 부모가 있고, 사회로 확장하니 기업이 연결돼 있었다. 큰 흐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아동이 성공하고 행복하게 돼서 우리 사회 전체가 행복하고 평화롭고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서양의 지적 전통에 몰입해 있다보니 우리가 가진 동양적인 지적 전통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양의 지식을 번역하다 보면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마인드(mind), 스피릿(spirit) 등을 마음과 정신으로 번역하지만 실제 들어있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의 지적 전통을 살려낼 필요가 있다. 책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처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http://www.fortunekorea.co.kr)/책소개:성장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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