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군 수송기 편으로 인천공항 입국…어린이 100여명 포함 윤창렬 차장 "정부 도운 현지인 외면 못 해…신원 확실한 엘리트"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그들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으로 26일 국군 수송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25일 충북현식도시출장소에서 주민간담회를 열어 "국내 이송 아프간인 380여명이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될 예정"이라며 "어린이도 100여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나 혁신도시 이미지 실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송기섭 진천군수가 25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혁신도시출장소에서 주민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송 군수와 조병옥 음성군수, 주민 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어 열린 윤창렬 국무조정실 1차장은 주민설명회를 통해 "아프칸인들이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6∼8주 머문 뒤 정착지로 옮길 것"이라며 "난민이 아니라 우리 대사관에서 함께 일한 현지 엘리트들과 가족으로, 철저히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에 탈레반 전사 등이 포함될 염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를 도왔던 현지인들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며 "작년 우한 교민을 받아준 것처럼 진천 주민들이 다시 한번 따뜻한 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173명이 머물렀다.
우한 교민 수용시설 결정에 반발했던 진천군과 주민들은 곧 마음을 바꿔 이들의 입소를 허용하고 지원에 나서 국민들의 응원과 찬사를 받았다.
윤 차장은 코로나19 대책과 관련 "입국자들은 3차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입소 뒤에도 주기적인 PCR검사를 받게 된다"며 "의료진이 상주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전파 우려 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강성국 법무차관은 "공무원인재개발원 외곽을 경찰 1개 기동대가 24시간 순찰하고 기숙사 내부는 법무요원 14명이 관리하기 때문에 치안이나 테러위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민들은 안심시킨 뒤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수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참석 주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아프간인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번번이 주민 양보를 요구하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왜 매번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이냐"며 "항구적인 재난대응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코로나19 확산이나 테러 우려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며 "방역과 치안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 음성군수는 "아프간인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준 주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들이 안전하게 머물다 정착지를 찾아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송 진천군수도 "우려와 불안감 속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아프간인을 품어준 진천과 음성 주민들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충북혁신도시 백신 지원 확대, 수도권 내륙선·중부내륙선 지선(支線) 추진,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때 우량 기관 배치, 10억원씩의 특별교부세 등을 건의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설명회를 마친 윤 차장과 강 차관은 "걱정을 많이 하고 왔는데 흔쾌히 받아줘 감사드린다"며 나란히 고개를 숙였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수송 시작 후 탈레반 탈출 금지 발표…아찔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23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주변에 몰려 있다. 이날 공항 바깥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져 아프간 보안군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현지에서 빠져나올 때 한 발만 늦었어도 탈출이 어려운 아찔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 380여 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
정부는 이들의 이송을 위해 23일 군 수송기 3대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보냈다. 이 수송기는 24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이송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만간 수송기를 타고 현지를 빠져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한창 이송작업이 진행되던 전날 밤 탈레반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국가에 협력한 이들 등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라면서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라면서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외국 군대의 아프간 철수 시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8월 31일로 제시된 외국군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만약 이 발표가 하루나 이틀 전에 나왔다면 한국 정부 협력자들은 공항 근처에서 발이 묶일뻔한 것이다.
이날 발표 전에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리면서 카불 국제공항으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자국민과 협력자 이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 수천 명을 공수할 계획으로 항공기를 보냈지만, 혼란 상태에서 겨우 7명만 탑승한 채 출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이송 인원인 427명 중 40명가량은 끝내 데려오지는 못했지만, 대혼란에 빠진 현지 카불 공항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성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문대통령 "한국 도운 아프간인에 도의적 책임 다해야"
문재인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아프칸의 탈출을 도왔던 고마움으로 도의적 차원을 다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전쟁으로 어린아,여자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프카니스탄의 절망적인 비극이 나아지기를 기원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