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간의 두뇌처럼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다. D램과 같은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담기만 했는데 여기에 연산 기능이 있는 시스템 반도체인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결합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미래 기술에 활용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경쟁사들보다 먼저 내놓으면서 ‘초격차’ 전략을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7일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결합한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IM)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는 사람의 뇌를 모방한 반도체로, 단순히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분석까지 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컴퓨터 등 전자기기는 D램에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중앙처리장치(CPU)로 하나씩 보내 처리한다. 데이터가 하나의 통로를 통해 차례대로 이동한다. 문서 편집이나 인터넷 서핑 같은 업무를 하기에는 데이터 처리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데이터양이 많은 대용량 서버나 수퍼 컴퓨터의 경우 주고받는 데이터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데이터 처리가 지연되거나 발열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내부에 시스템 반도체인 AI 프로세서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컴퓨터로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메모리 내 AI 프로세서가 해당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1차적으로 골라낸 뒤 선별된 데이터만 CPU로 보내는 식이다. AI 프로세서가 CPU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들을 걸러주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삼성전자는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는 기존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지고, 불필요한 데이터 이동을 줄여 전력 소모도 7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에 고객사 제품에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해 테스트 검증을 끝내고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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