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혜택' 본 제프 베이조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018년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서 직원들과 환담하며 웃고 있다. / 블룸버그
"아마존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궁극적 수혜자가 될 것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짐 크레이머가 자신이 진행하는 CNBC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아마존 주가가 주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마존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주가 급락 영향을 가장 덜 받은 주식으로 꼽힌다. 4월 14일 현재 2283달러로 2월의 고점(2070달러) 보다 더 높다. 2월 고점 대비 13% 하락한 나스닥지수에 비해 돋보인다.
격리 시대를 맞아 아마존은 없어서는 안 될 회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아마존의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창고와 배달 일손이 부족해진 아마존은 다른 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하는 와중에 고용을 10만명이나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많은 사람의 쇼핑 습관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고, 코로나 이후에도 경제의 아마존화(Amazonification)는 빨라질 것이다.
이에 더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AWS)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또 다른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임시 채택한 재택근무이지만, 앞으로 주요 기업이 영구히 채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재택근무가 뜨면서 화상 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슬랙이나 줌 같은 앱이 각광받는데, 그런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마존 클라우드이다. 또한 아마존은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가정에서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바이러스 걱정 없이 말이다.
의도적으로 위험 감수하라고 장려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아마존 제국은 위험의 역설을 되새기게 한다. 누구나 안전을 원한다. 하지만 안전만 추구하다가는 정반대 결과, 즉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닥친다. 지금 위험하게 살아야 미래가 덜 위험하다.
회사가 커질수록 위험에 대해 소극적이 되기 쉽다. 그러나 아마존은 성공을 음미해도 될법한 순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험을 벌인다. 아니 베이조스는 의도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기를 장려한다. 1년 전 제프 베이조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모든 것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실패한 실험 규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면 비즈니스를 혁신할 중요한 발명은 불가능합니다." 그러기에 아마존의 현금 주머니는 두툼함을 즐길 새가 없다. 그러나 요즘 각광받는 아마존 서비스는 모두 이런 위험을 감수한 결과였다.
2019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그해 말까지 아마존 주가는 나스닥지수에 비해 상승률이 15% 뒤처졌다. 당시 1일 배송 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에 따른 추가 투자 비용이 과다할 것이라고 시장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일 배송 서비스를 1일로 단축하기 위해 창고 및 물류 비용으로만 9개월간 31억달러가 추가로 투자됐다. 배송 서비스 확대를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승합차 10만대를 구매한 것을 포함해서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UPS나 페덱스(FedEx) 등 대형 운송 업체 의존을 줄이고 더욱 효율적으로 배송하겠다는 포석이다.
1일 배송 효과는 2019년 2분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락 일로에 있던 판매량과 매출액 증가율이 모두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쇼핑 시즌에 1일 배송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1일 배송 주문량은 전년 대비 4배 늘어나고, 전 세계 소비자 500만명 이상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해 역대 연말 쇼핑 시즌 중 가장 많은 순증을 기록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연회비를 내면 무료 배송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혜택을 주는 서비스이다.
장기적 시장 주도권 고려해 투자
이지훈 세종대 교수
베이조스 리더십을 상징하는 두 키워드가 있다면 하나는 '의도적 위험 감수'이고 또 하나는 '장기적 사고'이다. 베이조스가 1997년 처음 쓴 주주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단기적 수익이나 월스트리트의 단기적 반응보다는 장기적 시장 주도권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장기적 관점이 있기에 "시장 주도적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는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무료 배송, 아마존 프라임, 마켓 플레이스(제3자 판매자에게 아마존 고객 접근권을 준 장터), 클라우드 등 아마존의 주력 서비스는 하나같이 출시 초기엔 무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베팅이 모두 성공했던 것도 아니다. 아마존은 어떤 회사보다 실패를 많이 한 회사다. 지숍(상품 경매), 파이어폰(스마트폰), 페츠닷컴(애완동물 용품 쇼핑몰) 등 실패 리스트가 길다.
베이조스에게도 "실패는 마취 없이 신경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전혀 즐겁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수십억달러를 날린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의도적으로 실패할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크게 성장할 수 없고,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파이어폰으로 아마존은 1억7800만달러를 잃었지만, 파이어폰을 만든 팀은 파이어폰의 실패에서 배운 것을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와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에 집어넣어 결국 수익을 수십억달러 이끌어냈다. 베이조스는 2015년 주주 편지에 "아마존이 특히 강점을 가진 분야는 실패"이고 "아마존이 세계에서 실패하기에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20200417weekly biz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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