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항우울제보다 효과 큰 마음훈련법
# 수다쟁이 친구와 함께 있으면 피곤하다. 주저리주저리 계속 떠드는 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사실 우리 뇌도 수다쟁이다. 평소 쉴새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오늘 점심은 뭘 먹지…아,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저 사람 옷 뭐 저렇게 입었어.…부장은 왜 내게 늘 짜증부리지?…참,은행 계좌이체 까먹었구나…배가 살살 아프네, 어제 먹은 게 잘못됐나?…’
이런 현상을 ‘뇌의 재잘거림(brain chatter)’이라고 한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사고영역을 담당하는 좌뇌의 언어 중추의 활동인데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내게 해야 할 일도 알려주고, 어떤 일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하고, 세부적으로 상황을 분석도 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도 해준다.
문제는 이런 재잘거림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될 때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나, 우울증 환자들이 반추 현상(depressive rumination)을 겪을 때다.
‘잠 좀 잘수 있으면 좋을텐데…난 너무 부족해…내 주변엔 아무도 없어…지난 번 일은 너무 끔찍해…왜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내 인생은 망가지고 있어…난 실패자야…’
이런 부정적 생각들이 끊임없이 교차・반복되고 더불어 온갖 감정과 신체반응이 수반되면서 에너지 소진(burnout)상태로 치닫게 된다.
# 어떻게 하면 수다쟁이 뇌를 잠재울 수 있을까? 사실 이성이나 의지로는 잘 안 된다. 재잘거림의 근원이 지금껏 습관화된 사고・반응패턴에서 비롯됐고, 뇌의 수많은 신경회로, 자율신경계, 나아가 무의식(無意識)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살아오면서 나름 ‘회피’ 수단을 터득해 왔다. 운동이나 취미활동, 일, 술 등이 대표적이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 재잘거림은 고요해진다.
그런데 이런 몰두가 끝나면 얼마 후 재잘거림은 다시 반복된다. 임시방편은 되지만 좀더 근원적인 치유법은 없을까.
불공이나 기도를 드리는 종교활동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비종교인의 경우, 또 종교인이라도 종교활동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존 카밧진이 창안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인종・종교・계층・학력 등과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비주의나 종교성을 배제한 채 단지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치고 반복 훈련한다. 이에 따라 뇌의 부정적 재잘거림을 줄이고, 그로 인한 감정적・육체적 소모를 덜하게 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이른바 ‘절전(節電)모드’ 삶이다.
# MBSR로 불리는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곱가지 기본 태도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불교, 힌두교, 유대교 등 동서양 사상과 수련법이 고루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명심보감(明心寶鑑) 읽듯 평소 생활습관으로 해도 좋다.
◇ 마음챙김 7원칙
① 판단하지 말라(Non-judging)
우리는 늘 판단하거나 평가한다. 좋고 나쁨을 따지며 반응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뇌의 재잘거림도 대표적이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지금 여기’에 마음을 집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 호흡이다. 자기 호흡의 들숨 날숨에만 마음을 집중한다. 반복훈련 되다보면 마음의 재잘거림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점차 커지며 잡념에서 벗어나 마음이 고요해진다. 오감(五感)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판단’은 MBSR을 비롯 모든 마음훈련의 기본이다. 운동으로 따지면 달리기나 근력운동이다.
② 인내심을 가져라(Patience)
인생에서 인내심이 중요하듯이 마음챙김도 똑같다. 하다보면 지지부진할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래도 꾸준히 해야 한다. 손흥민 선수처럼….
훈련 중에도 마음은 늘 흔들리고 방황한다. 어느새 또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때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신을 비판하지 말고 알아차린 나를 격려하라. 그리고 부드럽게 주의를 다시 호흡으로 돌린다.
③ 초심을 견지하라(Beginner’s mind)
“내가 해봐서 알아”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 판단과 경험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래서 새로움도, 본디 모습도 보지 못한다.
초심자의 마음은 모든 것을 마치 처음 보듯이 대하는 마음이다. 어린아이 마음이자 호기심이다. 마음챙김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의 몸과 마음 상태는 ‘1분전 여기’의 몸과 마음 상태와 다르다.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도, 밖에 나가 자연을 바라볼 때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보라.
④ 믿음을 가져라(Trust)
‘진리(眞理)의 방은 하나지만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 있다’는 말처럼, 각자 자기만의 깨달음, 방법, 취향이 있다. 그렇다고 내것만이 옳다는 독선이나 독단과는 전혀 다르다.
마음챙김은 자신의 감각・감정・생각을 바탕으로 의식세계는 물론 무의식 세계도 찾아가는 고도의 주관적 마음작업이다.
지도자나 교재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내 자신의 느낌과 직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예수, 석가모니도 아닌 바로 나다.
⑤ 너무 애쓰지 말라(Non-striving)
메시나 손흥민 같은 세계적인 운동선수도 슬럼프를 겪는다. 번아웃이 온다. 너무 목표지향적으로 살다보니 쉴 때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은 무언가 되려고 애쓰며 목적 지향적으로 사는 삶을 벗어나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지라는 것이다. 유위(有爲・Doing)가 아니라 무위(無爲・Non-doing)의 삶으로 잠시 기아 변속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재충전을 하면 다시 목적지향적・유위적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다.
⑥ 수용하라 (Acceptance)
공자님 말씀 같지만 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매사 불만을 품고 살아가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우리는 뚱뚱해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다이어트를 잘 못하는 자신에게도 불만이다. 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회사 동료의 태도에 늘 못마땅해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사실인 것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치유와 성장을 이끌 동력을 고갈시킨다.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적절히 대응할 힘이 발휘된다. 마음챙김은 수용 능력을 개발해준다. 받아들이는 그릇(배포)이 커지는 것이다.
⑦ 내려놓아라 (Letting go)
잠자리에 들어서 마음에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잠을 자 보겠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잠은 점점 더 도망가 버린다.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한번 마음이 무언가에 붙잡히면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좋으면 움켜잡으려 하고 싫으면 떨쳐버리려고 한다.
마음챙김 훈련은 이런 ‘접근과 집착’, ‘회피와 배척’이라는 양 극단의 마음을 중도(中道)에서 바라보게끔 해준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내버려두게 한다.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Let it be(내버려 둬)’도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힘든 것이 닥쳐도 순리대로 자연 속에 맡기라는 무위(無爲)사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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